스팀 게임 지름 - Escape from Duckov
페이지 정보
관련링크
본문
0. 서론
재밌는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좋은 그래픽? 아름답고 적절한 사운드? 감동적인 스토리?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다 좋은 말이고 모두 필요한 요소지만, 게임의 특성이나 장르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테트리스나 슈퍼마리오는 장대한 스토리 라인이 없어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입니다.
어드벤처나 비주얼 노벨도 기본에 충실하면, 즉 '남들 만큼만' 하면 딱히 인터페이스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장르이지요.
그러면 익스트랙션 슈터 -일정한 맵에 들어가서 적과 싸우면서 이것저것 하다가 탈출하는 게임-이라면?
물론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등 여러 요소가 전부 중요하겠지만, 게임이 '명작'소리를 들을 만큼 재밌는 게임이 되려면?
밸런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딱 '해 볼 만한' 도전이 계속되는 적절한 밸런스가 포인트입니다.
동일한 맵에서 반복 플레이가 강제되는, 소위 폐지줍기 류 게임은 플레이어가 너무 약해도 안되지만, 너무 쉽게 강해져도 안됩니다.
좋은 장비를 모으고 레벨이 오르고 스킬이 많아지면 플레이어는 점점 강해져야 합니다.
새 스킬을 찍고 새 장비를 입어도 별로 달라졌다는 느낌이 없으면 그런 게임은 할 맛이 나질 않지요.
하지만 플레이어가 너무 강해지면 그것도 문제가 됩니다. 나는 헤드샷을 맞아도 흠집만 나는데 적은 한 방에 원샷 원킬?
긴장감이라곤 없이 그저 동일한 맵을 동일한 방식으로 돌면서 물건이나 줍는 게임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과거 디아블로 시리즈는 그래픽이나 사운드, 스토리 등 다른 요소들도 뛰어난 수작이었지만, 역시 절묘한 게임 밸런스가 명작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진행에 맞춰서 캐릭터는 점점 강해졌고, 끊임없이 수집할 요소와 도전할 요소가 존재했었지요.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지름신이 강림한 게임은 바로...

스팀 상점 페이지 링크 : Save 12% on Escape From Duckov on Steam
1. 소개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 일명 꽉코프입니다.
이 게임은 올해 10월 중순에 스팀에 발매된 중국 게임사의 2D 쿼터뷰 슈팅 게임입니다.
제목은 Escape from Tarcov 게임의 패러디지만, 해당 게임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한국어 텍스트가 지원되며, 번역 수준은 자연스럽고 좋은 편입니다.
맵을 돌아다니면서 적을 죽이고, 상자를 뒤져서 자원과 장비를 습득하고, 기지를 건설하고 스킬을 배워 성장하는 익숙한 스타일의 게임이지요.

게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사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은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마우스 커서로 조준, 클릭해서 사격. R키로 재장전. 퀵슬롯에 아이템을 넣어서 회복하거나 폭탄 등을 사용.
조작감은 나쁘지 않고 다만 가속도 설정이 살짝 아쉬워서 스피디한 슈팅 게임을 좋아한다면 방향전환 등의 반응이 좀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이속도 느리고 시야도 제법 제한되어 있어서 답답할 수 있지만, 레벨업과 장비로 성장한 이후에는 그만큼 조작감도 더 좋아집니다.
2. 수집

맵을 돌면서 상자를 여는(또는 적을 죽여서 소지품을 약탈하는) 이런 류의 폐지줍기 게임은 인벤토리 관리가 꽤나 중요합니다.
역시 너무 부족해도, 너무 여유로워도 좋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를 잡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 게임은 매우 적절한 지점을 잘 잡아냈습니다.
총알과 회복 아이템을 얼마나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사용하기 애매한 장비를 가져가서 분해하거나 팔아버릴지 그냥 버릴지, 매번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타이트하게 제한을 두는 것도 아니라서, 욕심만 버린다면 충분히 여유 공간을 남긴 채 귀환할 수도 있습니다.
인벤토리 슬롯 제한과 함께 무게 제한도 있는데, 너무 무거우면 이속이 느려지기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하지만, 갈수록 잡템은 그냥 버려두게 되면서 점점 무게가 더 신경쓰이게 됩니다.
너무 무거운 물건은 함께 다니는 펫 인벤토리에 넣어둘 수도 있고, 열쇠 지갑처럼 추가 인벤토리를 제공하는 아이템도 활용해야 합니다.
좋은 가방은 공간이 많지만 무게 때문에 제한이 되고, 플레이어를 성장시켜서 무게 제한을 늘려야 하는 등 우선 순위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3. 기지 성장

플레이어가 주워 온 잡동사니들로 상점과 훈련소(?)를 세우고, 상점 이용 외에도 NPC들의 다양한 퀘스트와 스킬 습득을 하게 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키 아이템 한 두 가지가 필요한, 직관적이고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재배치도 가능하고 공간이 충분해서 동선이나 공간 배치 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적절한 수준의 기지 건설 요소입니다.
다만 설명이 다소 불친절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이용 가능한 자동판매기는 물건을 살 때도 팔 때도 다른 상인보다 더 비싸서, 초반에 손해를 좀 보게 됩니다.
한편 식당 주인은 다른 상인들보다 10%정도 물건을 더 비싸게 사 주지만, 별도로 게임 내에서 그런 부분을 알려주지는 않는 식입니다.
4. 맺음말

단돈 1만 5천원에 최소 50시간 이상을 보장하는 플레이타임.
단순하지만 오밀조밀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 다섯 가지의 맵.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5단계 난이도 조절.
퀘스트 위주로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성장하고 맵 전부를 활용하게 되는 바람직한 플레이 흐름.
무엇보다도 절묘한 밸런싱으로 캐릭터의 성장과 파밍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게임의 구성까지.
어설픈 패러디 게임 같은 제목과 장난스러운 오리 캐릭터만 보고 '흔한 인디 슈팅'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게임입니다.
별다른 명성이나 거창한 홍보 마케팅 없이, 출시 1주일 만에 스팀 100만 카피를 기록한 이유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