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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알려주마 2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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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4,195  | 작성일2013.03.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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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해킹사태때문에, 남아있지 않음.

텍스트만 구글링함. (이미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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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맥주의 종류까지 설명하다 말았지? 내가 언급한 것들 말고도 맥주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내가 설명한 것들에서 파생된 맥주라고 볼 수 있어.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어지간한 맥주들은 내가 다 설명한 거니까 맥주병에 적힌 단어들 보고 쫄지 말고 눈치껏 어떤 맛이 나는 맥주일지 짐작해 보라고.
 
 
캬~ 시원하다!

문제는 가격인데, 수입 맥주들은 국산 맥주보다 2~3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게 사실이야. 이건 세금 때문인데 현재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은 관세, 주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등을 포함해 수입 원가의 176%나 돼. 수입원가가 천 원이면 거기에 1760원이나 세금이 붙는단 말이야.
 
거기다가 수입사 마진과 소매점 마진을 더하면 소비자들은 현지에서 천 원에 마실 수 있는 맥주를 3500원 이상 주고 마셔야 한다고. 유럽연합과 FTA가 체결됐다고 해도 관세만 7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낮아질 뿐, 주세나 다른 세금은 그대로 적용될 테니 수입 맥주 가격이 왕창 저렴해질 일은 없을 거야.
 
주류에만 붙는 세금을 주세라고 하는데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엔 72%의 높은 주세가 붙어. 대신 발효주는 상대적으로 주세가 낮은 편인데 막걸리는 5%, 청주나 와인은 30%의 주세가 붙지. 그런데 맥주는 발효주에 속하는데도 증류주에 해당되는 72%의 주세가 붙고 있는 게 문제야. 값비싼 와인에도 고작 30%의 주세가 붙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민들이 마시는 술인 소주와 맥주에 높은 세금을 때리는 이유는 뻔하잖아.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손쉽게 삥을 뜯고 있는 거야. 그나마도 노무현 정부 때 90%에 달하던 맥주 주세를 72%까지 낮춘 거라고.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은 일본도 맥주에 붙는 세금은 고작 40%인데 우리나라는 저항이 별로 없는 간접세라는 이유로 서민들이 먹는 맥주에 엄청난 세금을 때리고 있는 거야. 그 와중에 맥주 회사는 싸구려 재료로 맥주를 만들어 이윤을 챙기고 있고 덕분에 한국산 맥주는 세계적으로 가장 맛없고 경쟁력 없는 맥주가 되어 버렸지.
 
 
값싸고 맛도 없다니 아이고 신난다~
 
우리 정부의 대기업 사랑은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금 걷기 편리한 주류 회사들에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어. 유난히 술을 좋아하는 한국 주당들 덕분에 정부가 주류 회사에서 뜯어낼 수 있는 세금이 어마어마하니까 말이야.(2007년 기준 맥주 회사들이 국세청에 낸 세금은 1조 3630억 원)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팔 수 있게 해준다거나 어떤 인공첨가물이 들어갔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는 정부가 주류 회사에 제공하는 혜택 중 미미한 것들이야. 진짜 황당한 혜택은 따로 있지.
 
어느날 우리 가운데 누군가 ‘씨바, 우리가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어 팔면 대박 나지 않겠냐?’라고 의기투합했다고 치자. 자본금도 많지 않으니 처음엔 일 년에 10만 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양조 회사로 출발하는 거야. 물 타기 공법으로 맥주 아닌 맥주나 만들고 있는 국내 시장에 작은 돌풍 정도는 몰고 올 수 있을 거 같지?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맥주 시장에 새로운 경쟁 업체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정부가 막고 있거든. 국내법상 맥주 양조사업에 진출하려면 500cc 기준으로 연간 350만 병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해야 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게 돼있어. 더구나 그 정도 분량의 술을 판매하려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춰야 하니까 중소 기업은 그 판에 끼어들 수조차 없단 말이야. 독일처럼 소규모 양조 회사 수백 개가 지역 사회에 소량으로 자신들만의 맥주를 유통하는 건 법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단 말이지.
 
정부 입장에선 OB랑 하이트 두 회사만 휘어잡고 있으면 손쉽게 세금이 쑥쑥 걷히는데 뭐하러 귀찮게 수백 군데 소규모 양조장을 허가해 주겠어? 세금 추적도 힘들고 귀찮잖아. 수입 맥주에 죽어라 세금 때리면 대다수 국민들을 비싸서 자주 접하지도 못할 테고 OB랑 하이트는 그 덕에 현재 국내 맥주시장의 98%를 싹쓸이하면서 대충 싸구려 재료로 맛없는 맥주를 만들어 팔아도 독과점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맛있는 맥주를 먹을 권리 따위는 정부와 독과점 맥주 회사들의 결탁으로 인해 개무시 당하고 있단 말씀.
 
그럼 요즘 하나씩 늘고 있는 하우스 맥주집(정확한 명칭은 마이크로 브루이어)은 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거야. 유럽까지 유학을 가서 맥주 양조법을 배워온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 맥주 제조 기술자)가 직접 맥주를 만들어서 파는 곳을 하우스 맥주집이라고 하는데 정부에선 아주 소량으로 맥주를 만들어 파는 건 허가해 주고 있어.
 
문제는 이런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경우는 그 맛을 인정받아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거야. 하우스 맥주집의 시설은 25킬로리터(KL) 이상의 제조 설비를 들여놓을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놓고 있거든. 그러니까 국내에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350만 병 이상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이거나 아니면 동네에서 호프집이나 할 정도로 소량으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다행히 최근 들어 공정거래 위원회가 소주, 맥주의 제조 용량 기준을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설비 확장 제한도 조만간 풀릴 거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으니 두고 봐야지. 제주도 같은 경우는 지자체가 나서서 맥주 브랜드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야. 슬슬 OB랑 하이트도 똥줄이 타고 있을 거라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품질 나쁜 물건을 국산이란 이유만으로 사주는 건 애국이 아니란 거 알지? 소비자 알기를 개떡 같이 아는 기업의 제품은 불매 운동을 해서라도 정신 바짝 들게 해주는 게 소비자의 권리잖아. 오비랑 하이트는 기술이 없어서 맛있는 맥주를 못 만드는 게 아니야. 조금 신경써서 만드는 맥스 한정판 같은 건 나름대로 먹을만한 걸 보면 알 수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오비와 하이트가 정신 차리게 하려면 좋은 재료로 맛있는 맥주 만들때까지 소비자들이 걔들 거 안 사먹고 수입 맥주를 마셔줘야 돼.
 
그런데 수입 맥주가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잖아. 그러니까 난 그냥 싼맛에 OB나 하이트 마실래 라고 하는 횽들, 잠깐 웨이러미닛!
 
성경에도 쓰여있잖아.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내가 성경을 좋은 뜻으로 인용하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그간 수많은 수입 맥주를 전전하며 찾아낸 값싸고 맛있는 진리의 맥주를 추천해주꾸마!
 
시중에 판매되는 수입 맥주들은 대부분 용량 대비 국산 맥주의 2~3배 가격이야. 연봉 수억 대 능력자 횽들이 아니라면 한여름에 매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지. 하지만 의외로 값싼 수입 맥주 중에도 보물은 숨겨져 있다는 것!
 
맥주맛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횽들에게 내가 추천하는 건 밀맥주야. 국산 제품 중에선 (라이센스 생산되는 것 빼고) 밀맥주가 아예 나오지를 않으니까 국산 맥주만 먹어본 횽들에겐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거야. 처음 마셔보는 사람도 맛과 향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말이야.
 
방송이라면 대놓고 특정 브랜드 제품을 언급할 수 없겠지만 여긴 딴지잖아. 난 돈 받고 리뷰해주는 파워블로거도 아니니까 이 엉아말 믿고 메모해 둬.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진리의 맥주로 통하는 맥주를 알려줄게.
이름하여 웨팅어(OeTTINGER) 헤페바이스(Hefeweiß)!
 
 
 

요 녀석이 바로 가격대 성능비 끝판왕, 진리의 웨팅어 헤페바이스!
 
밀맥주 특유의 향이 살아있으면서 목넘김도 좋고 조금이긴 하지만 아메리칸 라거에선 느낄 수 없는 약간의 바디감도 갖고 있는 맥주야. 괴테가 사랑했던 맥주로 유명하지. 무엇보다 이 녀석을 추천하는 이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야. 500cc 한 캔 가격이 1650원! 동네 슈퍼에서 파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 하지만 맛과 향은 국산맥주와 비교불가!
 
웨팅어는 독일 맥주 회사인데 마케팅에 돈을 쏟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품질로 승부하는 회사야. 덕분에 독일 현지에선 노동자들이나 서민들이 마시는 저가 맥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독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맥주 회사 중 하나지.
 
사실 웨팅어의 맛이 최고라고 할 순 없어. 비싼 맥주 중에는 웨팅어보다 맛있는 것들도 많아.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웨팅어는 주(酒)님의 축복이라고! 천원 대 맥주에선 진리!
 
웨팅어는 국내에 필스, 엑스포트, 슈퍼 포르테, 헤페바이스 4종류가 유통되고 있는데 여자 사람과 오붓하게 마시는 용도로도 헤페바이스가 쵝오야. 그러니까 캔 색깔이랑 글자 잘 확인하고 구입하도록!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추천하는 건 둥켈 계열의 맥주야. 흑맥주라고 부르는 것들이지. 흑맥주라고 하면 흔히 색깔 때문에 쓴 맛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아. 가장 유명한 흑맥주인 기네스가 그런 쓴맛이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쓰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초콜릿이나 캬라멜 같은 단맛이 도는 흑맥주도 있거든.
 
만약 기네스 같은 흑맥주가 취향에 안 맞는다면 필리핀산 맥주인 산미구엘 다크(San Miguel Dark)나 레페 브라운(Leffe Brune)을 마셔봐. 웨팅어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요즘 마트에서 자주하는 수입 맥주 세일 때 구입하면 한 병에 2천 원 정도에 팔기도 해.
 
그리고 와이프나 여친이랑 하루 날 잡아서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맥주를 맛보여주고 싶다면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추천할게. 바이엔슈테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회사야. 1040년 수도사들이 빚은 맥주에서 시작됐으니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지. 맥주 회사 기네스가 만드는 기네스북에 다른 맥주 회사가 세계 기록으로 올라와 있다는 것도 재밌잖아. 하여간 바이엔슈테판은 대량 생산되는 맥주 중에선 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맥주야.
 
 
 

가격은 비싸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맥주 중에선 끝판왕급인 바이엔슈테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바이엔슈테판은 몇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밀맥주이면서 동시에 흑맥주인 헤페바이스둥켈이야. (둥켈은 원래 라거 계열 흑맥주를 말하는 거지만 이 녀석은 상면발효를 이용한 에일 맥주임) 그렇게 쓰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오묘한 맛이 있지.
 
500cc 한 병에 5천 원 정도라서 비싸긴 하지만 사실 이 가격으로 와인을 산다면 제일 싸구려 와인밖에 못 사잖아. 그런데 그 돈으로 최상급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 한 번씩 와이프랑 분위기 잡을 때 괜찮은 맥주라고 생각해. 물론 나랑 와이프는 한 번 마시면 둘이서 열 병 가까이 마시니까 이 비싼 맥주를 자주 사먹는 건 사치야.
 
맥주는 취하지 않고 배부르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횽들은 바이엔슈테판에서 나오는 복(Bock) 맥주인 비투스(Vitus)를 마셔봐. 알콜 도수 7.7도인데 맥주도 취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럼 국산 맥주는 다 먹을만한 게 못 되느냐? 그나마 내가 추천하는 국산 맥주가 딱 하나 있어. 앞에서 잠깐 얘기했는데 하이트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재료에 좀 신경써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맥주가 있거든. 맥스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고 해서 해마다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지. 금년에도 맥스 스페셜홉(Special Hop)이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에 출시됐더라고.
 
 

 
국산 맥주 중에선 그나마 먹을만한 맥스 한정판(Limited Edition)
 
맥스 한정판은 세계 각지의 독특한 홉을 하나씩 선정해서 한 종류씩 매년 출시하는 건데 2011년 한정판은 개인적으로 향은 괜찮지만 탄산이 너무 강해서 맛은 별로더라고. 하지만 국산 맥주치고는 꽤 선방한 제품이니까 한 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내가 처음 추천한 웨팅어 헤페바이스가 둘마트에서 1650원이라고 말해줬지? 176%의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수입맥주가 어떻게 국산 맥주와 같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을까? 계산해보면 웨팅어의 수입원가는 사백 원 안팎이라는 건데 유럽에서 한국까지 배로 운송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놀라운 가격이지.
 
실제로 독일 현지에서 웨팅어는 우리돈으로 400원 정도야. 독일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으니까 체감적으로 따지면 독일인들은 200원 안팎에 그 맛있는 맥주를 먹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봐, 400원으로 그렇게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는데 관세나 운송비 부담도 없는 한국 맥주는 4~5배 더 비싼 가격으로도 왜 이렇게 허접한 맥주밖에 못 만드는 걸까?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야. 나쁜 재료를 써서 더 많은 마진을 남기는 데 익숙해져서 맥주의 품질은 뒷전이란 얘기라고. 그러니까 그런 회사들의 봉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확실히 버릇을 고쳐놓을 필요가 있단 말이야.
 
가격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장 맛있는 맥주는 뭘까? 맥주 애호가라면 대부분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를 꼽지 않을까 싶어.
 
트라피스트 맥주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직접 만드는 맥주야. 중세 유럽에선 수도사들이 맥주를 양조해서 그걸 팔아 수도원 운영비를 벌었는데 그 전통대로 지금도 수도사들이 만들고 있는 맥주지. 앞에서 추천한 레페나 바이엔슈테판도 이런 수도원 맥주에서 출발한 양조 회사야.
 
하지만 아무 수도원 맥주나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불리진 않아. 반드시 수도원 안에서만 맥주를 생산해야 하고 맥주를 판매한 수익은 수도원 운영비와 자선 사업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수도사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서 생산되어야만 트라피스트 맥주란 이름을 붙일 수 있거든. 한마디로 장인의 손길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맥주란 말이지.
 
옛날엔 이런 트라피스트 맥주의 종류도 많았는데 현재는 전 세계에 일곱 개의 트라피스트 수도원만 남아있을 뿐이야. 전쟁에 수도원이 무너지거나 일반 기업에 양조 비법을 팔아치우는 등 맥주 양조를 포기한 수도원들이 하나 둘 늘다보니 그런 엄격한 생산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도원은 거의 사라져버렸지. (일곱 개의 트라피스트 맥주에 대해선 링크 를 참조)
 
 
 

트라피스트 맥주에만 붙일 수 있는 Authentic Trappist Product 마크
 
나는 그런 트라피스트 중에서도 원조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마이(Chimay)를 마셔봤는데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맥주 중에 제일 맛있는 맥주였어. 시마이는 다른 맥주와 달리 와인처럼 오래 숙성시킬수록 맛있는 맥주로 유명하지. 워낙 맛이 특이해서 기존의 맥주들과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인데 내 입맛엔 아주 좋았어. 문제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서 맛보기 어렵다는 것.
 
트라피스트 맥주는 생산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벨기에나 네덜란드 현지가 아니면 마시기 어려워. 나도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서 마셔본 건 시마이에서 나온 세 종류뿐이고 다른 것들은 먹어보지 못했거든. 그러니 일곱 군데의 트라피스티 맥주를 다 모을 수 있다면 드래곤 볼 일곱 개를 모은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비싸고 귀한 맥주가 아니더라도 앞에서 말한 하우스 맥주집에서 만든 독특한 맥주를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야. 일반 생맥주집보다는 조금 비싼 술값이 부담되긴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주당이라면 가게마다 특색있는 맥주맛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자, 그럼 마지막으로 맥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줄게.
 
앞에서 맥주를 너무 차갑게 마시면 맥주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는데 국산 맥주나 아메리칸 라거 계열의 맥주는 그렇게 차게 먹는 게 차라리 나아. 하지만 본고장 유럽의 맥주들, 특히 에일 맥주들은 너무 차게 먹지 않는 게 좋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여름이라고 해도 5~8도 정도야. 겨울엔 7~10도 정도가 좋지.
 
국산 맥주는 제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탄산 가스를 주입하는데 마치 콜라를 마실 때처럼 톡 쏘는 청량감을 만들어내게 돼. 그런데 그건 맛이 없는 걸 탄산의 청량감으로 감추는 꼼수일 뿐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맥주는 너무 차지 않게, 천천히 맛과 향을 즐기면서 마셔야 한단 말이야.
 
(국산 맥주를 제외한 제대로 만든) 맥주 마시는 법을 정리하자면,
 
1. 같은 상표의 맥주라면 병맥주보다는 캔맥주가 맛있어. 맥주는 소주와 달라서 햇빛에 노출될 경우 변질되기 쉬운데 캔맥주는 햇빛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거든. 거의 모든 병맥주가 짙고 어두운 색인 것도 햇빛 투과를 막기 위해서야. 그런 면에서 페트병은 최악의 맥주 용기라고 할 수 있지.
 
2.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는 5분 정도 실온에 놔둬서 차가움이 조금 가시기를 기다린 다음에 병을 따도록.
 
3. 귀찮더라도 병이나 캔째로 먹지 말고 꼭 잔에 따라서 마시도록 해. 병맥주를 잔 하나에 다 따를 수 있도록 (거품을 계산해) 540cc 용량 이상의 맥주잔을 구비해 놓으면 아주 좋아. 맥주회사들은 가끔씩 맥주에 전용잔을 포함해서 파는 이벤트를 벌이는데 그럴 때 잔은 득템하는 게 쵝오지.
 
 

트라피스트 맥주와 전용잔들. 수도원 맥주에 걸맞게 전용잔은 성배(?)처럼 생겼다.
 
4.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 용량이 작고 표면이 거칠어서 맥주를 따르는 동안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게 되거든. 맥주잔으로는 매끄러운 유리컵이 쵝오! 참고로 유리잔이라고 해도 제대로 닦아놓지 않거나 기름기가 남아있으면 맥주 거품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맛도 변하니까 잘 닦아서 물기 없이 말려서 사용하도록!
 
5. 맥주를 따를 때는 잔을 손으로 잡지 말고 테이블에 놓은 뒤 따르는 게 좋아. 처음엔 맥주병을 기울여서 기세 좋게 따르다가 어느 정도 맥주가 차오르면 거품이 올라오길 잠시 기다렸다가 거품을 밀어올린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맥주를 따르는 거지. 살짝 맥주잔 위로 거품이 올라올 정도가 좋은데 이 때 맥주와 거품은 7대 3의 비율이 되도록 따르는 거야. 맥주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맞닿아 산화되는 걸 막아 향과 맛을 지켜주거든.
 
 

만화 [바텐더]에서 맥주를 따르는 법을 설명한 장면.
 
6. 맥주 종류에 따라서는 병이나 캔 밑바닥에 효모가 깔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맥주들은 병이나 캔에 적힌 방법대로 맥주를 따라야 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3/4 정도만 잔에 따른 다음 나머지 밑바닥에 깔린 맥주를 적당히 흔들어서 효모가 섞이게 한 다음 마저 잔에 따르는 거지.
 
 
 
 
 
 
 

 
 
잘 따른 맥주를 마시고 나면 맥주잔에 천사의 고리(Angel Ring)라는 거품 고리가 남는다.
 
7. 마시기 전에 살짝 향을 음미해봐. 음식의 맛이라는 건 후각과 결합될 때 훨씬 맛을 내기 마련이니까.
 
내가 앞에서 추천한 밀맥주 종류들은 모두 병이나 캔 밑바닥에 맛있는 효모가 깔려있어. 그런 맥주들을 잔에 따르지 않고 직접 병에 입을 대고 마시는 건 죄악이야.T.T 그러면 거품도 별로 없고 효모는 섞이지도 않은 맛없는 맥주를 먹게 되거든.
 
쓰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진 거 같은데 맥주 하나 마시는데 이런 걸 다 생각하고 먹어야 되나 싶은 횽들도 있을 거야. 씨바, 꼭 그런 횽들이 폭탄주 말아먹을 땐 눈금까지 그려가면서 함량 조절하더라?
 
내가 추천한 맥주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횽도 있겠지. 나야 에일 계열의 밀맥주를 좋아하니까 그쪽을 주로 추천했지만 아무래도 국산 맥주만 마셔왔던 사람들에겐 익숙치 않은 맛일 수 있거든. 내가 추천한 맥주가 입맛에 안 맞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맥주가 어떤 종류였는지 내 글에서 확인해봐. 에일 맥주 계열이 맘에 안 든다면 국산 맥주 맛으로 익숙한 라거 계열 중에서 필스너 종류의 맑은 맥주들을 찾아보면 취향에 맞을 거야.
 
아무튼 우리나라 국격을 떨어뜨리는 국산 맥주는 소비자의 힘으로 좀 바꿔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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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아래 올린 기사도 이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중소기업은 진입도  못하게 만들고 대기업 독점에서 저질술만 만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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