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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알려주마 1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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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5,823  | 작성일2013.03.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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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해킹사태때문에, 남아있지 않음.

텍스트만 구글링함. (이미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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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아열대 우기라도 된 듯 계속 비가 와서 7월 한 달은 햇볕 보기 힘들었지만 이제부턴 이 악물고 폭염이랑 싸워야겠지.
 
덥고 짜증나는 여름에 딴지스가 제일 즐겨먹는 음료는 무엇인가? 당연히 맥주다! 여름엔 닥치고 맥주다.
 
그런데 국산 맥주는 세계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로 악명이 자자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맥주가 너무 맛이 없어서 술을 끊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지. 그나마 요즘엔 대형마트에서 몇몇 수입 맥주를 구입할 수 있지만 그 전엔 차라리 맥주를 끊고 말지 한국산 맥주는 먹기 싫다는 외국인들이 많았어.
 
서글픈 얘기지만 국산 맥주는 무시를 당해도 싸. 국산 맥주는 보리를 적신 물에 탄산만 섞어서 판다는 말이 크게 틀린 말이 아니거든. 심지어 말오줌에 탄산을 섞어 마시는 것보다 못하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야.
 
 

 
위에 첨부한 사진은 외국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맥주에 대한 평가야. 세계 최악의 맥주이며 말오줌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는 평가가 보이지? 그런데 거기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기가 말오줌을 먹어봤는데 그게 한국 맥주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있어. (못 믿겠으면 이쪽 링크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내가 국산품 애용에 목숨거는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대놓고 국산 맥주를 욕하는 것도 썩 맘이 편친 않아. 하지만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왜 우리가 국산 맥주를 보이콧해야 하는지 알게 될 테니 끝까지 읽어바바.
 
수입 맥주를 먹어봐도 국산 맥주와 별로 차이를 모르겠다는 횽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건 국내 맥주 회사들이 광고를 통해 부추긴 잘못된 방법으로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야. 예전에 어떤 횽이 [말오줌만도 못한 한국 맥주]라는 글을 온라인에 쓴 적이 있는데 거기 보면 맥주 회사가 소비자들한테 세뇌시킨 잘못된 음주법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지.
 
1. 차갑게
2. 톡 쏘는 맛으로
3. 원 샷!
 
이 세 가지 방법은 사실 OB와 하이트가 자기들이 만든 맛없는 맥주를 소비자들이 불평없이 마시도록 꼼수를 부린 거야. 맥주가 얼음처럼 차가우면 목넘김은 좋아지지만 맛과 향은 느끼지 못해. 맛과 향이란 게 아예 없다시피한 국산 맥주는 그렇게 얼음처럼 차갑게 마셔야 그 조악한 품질이 드러나지 않거든.
 
덕분에 맥주는 그냥 차가운 맛에 먹는 갈증해소음료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버렸지. 지금껏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과 향이 없는 조낸 맛없는 맥주를 처묵처묵 해왔던 거야.
 
그런 국내 맥주 회사들의 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맥주에 대해서 함 배워보자. 주당들이라면 술에 대한 배움은 끝이 없는 법. 씨바, 와인만 공부하면서 마시란 법 있어? 이제부터 내가 횽들한테 진짜 맛있는 맥주를 싸게, 제대로 먹는 법을 알려주꾸마.
 
맥주의 역사는 기원 전 4200년 경 고대 바벨로니아 문명에서....., 어쩌고 하는 골치아픈 얘기는 빼자. 그런 건 친구들끼리 잘난 척 할 때나 써먹는 얘기지 여자들 꼬실 때 맥주 역사 떠들고 있으면 자매님들 지루해 하셔.
 
자, 그럼 먼저 맥주란 어떤 술이냐? 딴 거 엄따. 보리와 홉에 물을 넣고 발효시킨 술, 이게 맥주야. 발효시킬 때 사용하는 효모까지 재료로 친다면 보리, 홉, 물, 효모, 이 네 가지만으로도 최고의 맥주를 만들 수 있어.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맥주도 많지만 맥주의 기본은 이 네 가지 재료지.
 
맥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인 독일에선 맥주순수령(麥酒純粹令)이라고 해서 이 네 가지 재료 외에는 맥주를 만들 때 다른 어떤 재료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놨어. 16세기 독일 왕실에서 맥주 품질의 향상을 위해 제정한 이 맥주순수령은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지. (한 가지 예외가 되는 재료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설명할게)
 
왜 재료까지 따져가면서 맥주를 마셔야 되냐고? 국산 맥주가 맛없는 이유의 절반은 이 재료 탓이기 때문이야. 머리 아프겠지만 먼저 맥주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좀 살펴보자.
 
맥주에 사용되는 보리를 맥아라고 하는데 이건 싹을 틔운 보리를 말하는 거야. 우리가 흔히 식용으로 먹는 보리는 여섯줄보리인데 이건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서 술을 만드는 용도로는 좋지 않아. 그래서 맥주를 만들 땐 단백질 함유량이 낮고 전분이 많은 두줄보리를 사용하지.
 
 

 
왼쪽이 여섯줄보리, 오른쪽이 두줄보리
 
홉(hop)은 뽕나무과의 키 작은 넝쿨식물인데 맥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야. 맥주를 만들 땐 이 홉이란 식물의 꽃을 따서 사용하지. 홉은 맥주의 향만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잡균 번식이나 부패를 막아주는 착한 놈이야.
 
 

 
맥주의 재료로 사용되는 홉의 꽃방울
 
사실 똑같은 보리와 홉을 사용해도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맛도 변하기 마련이야. 맥주 양조에는 무색무취에 맑고 깨끗한, 그러면서도 칼슘 같은 무기염류가 적당히 포함된 물이 좋대.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어떤 물이든 양조에 적합한 물로 만들 수 있다지만 그래도 지역에 따라 다른 물맛은 결국 맥주맛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게 정설이야.
 
그리고 효모는 맥주의 발효를 책임지는 미생물이야. 맥아를 갈아서 물에 넣고 끓이면 당분이 발생하는데 효모는 이 당분을 분해해서 알콜과 탄산 가스를 만드는 역할을 해. 효모도 종류가 다양한데 맥주의 끝맛이나 향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독일에선 맥주순수령이라고 해서 맥주를 만들 때 보리, 홉, 물, 효모 외엔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지? 그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선 맥아를 10% 이상만 사용하면 맥주라고 이름 붙여서 팔 수가 있어. 1999년까지는 그래도 맥아 비율이 67.7%를 넘겨야 맥주라고 판매할 수 있었는데 2000년부터는 그 수치를 10%까지 낮춘 거지. 맥주(麥酒)라는 이름이 보리로 만든 술이라는 뜻인데 순도 10% 맥주라니. 보리 대신 값싼 타피오카 같은 걸로 술을 만들어도 맥주라고 팔아먹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걸 외국인들이 알면 진짜 국격 떨어지지 않겠어? (타피오카는 인공감미료 덩어리인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주재료이기도 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료품엔 그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표기하도록 되어있는데 거기서 예외인 제품이 딱 한 가지 있어. 바로 술이야. 술에서 거두는 막대한 세금을 위해서 정부는 국산 소주와 맥주에 뭘 넣었는지 표시할 필요가 없다고 특혜를 주고 있단 말이야.
 
만약 좋은 재료를 썼으면 밝히지 말라고 해도 광고로 떠들고 맥주병에 써붙였겠지만 국내 주류 회사들은 자신들이 파는 술의 재료를 제대로 다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런데 재료를 밝히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재료를 쓴다는 거잖아?
 
싸구려 재료로 맥주를 만들다 보니 맛과 향이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을 턱이 없지. 실제로 국산 맥주는 맥주순수령에서 한참 벗어나 각종 첨가물로 맥주의 맛과 향을 내고 있는데 정부에선 술에 뭘 첨가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특권(?)을 제공하고 있는 거야. 한때 술에 들어가는 첨가물도 밝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 했지.
 
국내법상 맥아 비율 10% 이상이면 맥주로 유통해도 된다고 해서 국산 맥주가 다 그렇게 보리에 살짝 적신 물로 만드는 건 아냐. 하이트 맥스(MAX) 같은 건 100% 보리 맥주라고 광고하고 있거든.
 
그런데 맥아의 함량만으로 맥주맛이 좋아지는 건 아니잖겠어? 국내에 맥주를 만드는 회사라고는 OB와 하이트 둘뿐인데 이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어. 하이 그래비티 방식이 뭐냐면, 인위적으로 발효를 촉진시켜서 알콜 도수를 9% 안팎까지 높인 다음 탄산이 섞인 물을 왕창 섞어 알콜 도수 5% 정도로 희석해서 파는 거야.
 
OB와 하이트에선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어도 오리지날 그래비티(자연적인 양조 방법)와 품질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만, 씨바 김치찌개만 끓여봐도 알잖아. 김치찌개에 재료 대충 넣고 조낸 짜게 졸인 다음 먹기 전에 왕창 물 부어서 양만 두 배로 만들면 맛있겠냐? 세계에서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회사들 중에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 만드는 회사 없거든?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다가 도저히 오리지널 그래피트로 만든 맥주의 맛과 향을 따를 수 없어서 그 짓을 그만뒀다고. OB나 하이트 양쪽 모두 형편없는 재료로, 그것도 싸게 분량을 두 배로 늘려 팔아먹는 꼼수나 부리면서 그걸 가지고 맥주맛에 차이가 없다고 구라치면 안 되잖아.
 
그 따위로 만드니까 외국인들이 국산 맥주를 말오줌보다도 맛없다고 비웃는 거야. 우리나라 제품 중에 북한산보다 질이 떨어지는 게 거의 없는데 맥주만큼은 OB나 하이트보다 북한산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을 정도지. 북한은 김정일이 술을 좋아해서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주체사상을 버렸거든. (줏대없는 색퀴들)
 
덕분에 북한은 2000년 영국의 어셔 양조장 설비를 통째로 들여오면서 영국 기술자의 기술지도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어. OB나 하이트가 만드는 물 탄 맥주보다 훨씬 맛있는 맥주를 말이야.
 
 

북조선 인민들을 감동시킨 대동강 맥주
 
대동강 맥주는 국내에도 한창 수입되다가 최근 남북 교류가 중단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입이 막혀있는데 기회되면 한 번 먹어봐. 우리나라 국격은 OB랑 하이트가 다 떨어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맥주 맛이 없어서 북으로 넘어가겠다거나 빨갱이로 전향하는 국민이 나오기 전에 국정원에서 OB나 하이트에 공문이라도 띄우란 말이야, 응? 그 놈의 국격 따지기 좋아하는 가카께서 왜 이런 건 손보지 않으시나 몰라.
 
북한이 아니더라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론 많이 뒤처지는 동남아 국가들의 맥주도 우리나라 맥주보다는 훨씬 맛있어. 독투에서 욕쟁이로 유명한 모 딴지스가 추천한 비어라오(Beerlao)라는 맥주는 라오스 제품인데 타임지가 아시아의 최고 제품 35가지를 선정하는 Best in Asia에서 맥주 부문 최고로 꼽혔을 정도야. 필리핀에서 만드는 산미구엘(San Miguel) 맥주도 기막히지.
 
그런데 외국산 맥주를 마셔봤지만 국산 맥주랑 차이를 모르겠다고? 물론 미각이나 후각이 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대부분 그건 마시는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야. 제대로 맥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선 다음 편에 설명할 테니까 일단 맥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엔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 맥주를 구입할 수 있지? 전세계적으로 1만 5000종류 이상의 맥주가 판매되고 있고 독일은 양조장 숫자만 3천 군데가 넘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수입 맥주는 아주 제한적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뭘 골라야할지 망설여지는 횽들이 있을 거야. 그런 횽들을 위해 맥주병이나 캔에 적힌 이름만 봐도 대충 맛을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흔히 맥주를 생맥주와 병맥주로 구분하는데 그건 열처리 방식에 따른 거야. 생맥주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서 효모가 살아있지만 병맥주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효모를 살균처리한다음 유통하는 거야. 똑같은 브랜드의 맥주라면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 쪽이 더 맛있지.
 
맥주를 분류하는 또다른 기준은 발효 방식에 따른 것인데 상면발효(上面醱酵) 맥주와 하면발효(下面醱酵) 맥주로 나눌 수 있어.
 
상면발효는 20도 안팎의 온도에서 발효를 진행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효모가 맥아즙 위로 떠오른 채 발효가 되기 때문에 상면발효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탄산이 적고 색이 진하며 과일향이나 꽃향기가 나는 게 특징이야. 이런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하지.
 
하면발효는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진행시키는데 효모가 아래로 가라앉은 채 발효가 되기 때문에 하면발효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만든 맥주는 향이 적은 대신에 맑은 황금색을 띠고 탄산이 많아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톡쏘는 맛’이 되지. 이런 하면발효 맥주를 라거(Larger)라고 해.
 
*OB에서 아예 라거라고 이름 붙인 맥주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하면발효로 만들어진 맥주 전체를 부르는 이름일 뿐이야.
 
에일과 라거는 각각 또 여러 가지 맥주로 나눠지지만 여기선 대표적인 맥주 종류에 대해서만 얘기해 볼게. 에일 맥주로 분류되는 것들 중에선 스타우트(Stout)와 바이스(Weiss) 맥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
 
먼저 스타우트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를 볶아서 만드는 맥주야. 맥아를 볶았기 때문에 색이 진하고 구수하거나 씁쓸한 맛이 나지. 흔히 흑맥주라고 부르는 맥주가 바로 이 스타우트인데 영국이나 아일랜드쪽 스타우트가 유명해. 대표적인 스타우트 맥주는 역시 기네스! 세계의 온갖 최고 기록을 모아둔 기네스북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사야.
 
그리고 바이스는 맥주를 만들 때 밀을 50% 이상 사용한 밀맥주야. 바이스(Weiss)가 바로 밀을 말하는 거거든. 지역에 따라 바이젠(Weizen)이라고도 하고 영어권에선 휘트비어(Wheat Beer)라고도 해. 밀은 보리만큼이나 오래된 맥주의 재료인데 밀로 만든 맥주는 감칠맛과 과일과 같은 향기가 나는 게 특징이야. 하지만 양조 과정이 어렵고 끈적거림이 있어서 단독으론 사용하지 못 하고 보리와 섞어서 맥주를 만들지.
 
그런데 맥주순수령이라고 해서 독일에선 보리, 홉, 물, 효모 외에는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독일산 맥주 중에 밀을 사용한 바이스비어가 나올 수 있을까? 이건 재미있는 역사 얘기니까 맥주 마시면서 자매님들 꼬실 때 사용하라고 짤막하게 설명을 좀 할게.
 
사실 맥주순수령이라는 게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만은 아니었어. 16세기 무렵의 독일에선 대개 백성들이 보리로만 만든 맥주를 마시고 귀족들은 밀맥주를 즐겨마셨을 정도로 밀맥주는 맛이 좋은 맥주거든. 그런데 맥주의 주재료가 되는 보리는 왕실이 독점적으로 재배권을 움켜쥐고 있었어. 왕실 입장에선 백성들이 보리를 많이 재배할수록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으니까 보리 말고 다른 곡식으로는 맥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그당시 독일에선 빨리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 독초를 넣는 양조업자도 있었다지만 맥주순수령이 제정된 밑바탕엔 백성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왕실의 탐욕이 깔려있었던 게 사실이야. 1567년 독일 왕실이 밀맥주 제조를 금지할 때 백성들에게 내건 명분은 밀맥주는 영양분이 없어서 마셔도 힘이 나지 않는 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 거의 가카 수준의 변명이랄까.
 
그런데 그런 거짓말로 밀맥주 제조를 막기엔 밀맥주의 맛이 너무 기막혔거든. 그래서 15세기부터 밀맥주를 만들어온 데켄베르크(Degenberg) 가문 만큼은 맥주순수령과 상관없이 밀맥주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됐지. 그리고 1602년, 데켄베르크 가문의 대가 끊기자 밀맥주 양조권은 바바리아 왕실 소유가 됐어. 그래서 바바리아 지역(바이에른, 뮌헨)에선 맥주순수령을 벗어나 꾸준히 밀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거야.
 
하여간 이런 밀맥주에도 효모를 걸러낸 클리어 바이스와 효모를 걸러내지 않은 헤페바이스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엔 헤페바이스 계열이 잘 맞는 것 같아.
 
독일어로 헤페는 효모라는 뜻이니까 헤페바이스는 효모가 남아있는 밀맥주라고 해석하면 돼. 물론 생맥주가 아닌 경우 헤페바이스에 남아있는 효모는 죽어있는 상태로 가라앉아있는 셈이지만 그래도 그게 꽤 맛이 있거든. 헤페바이스 맥주로 유명한 건 호가든이나 에딩어, 바이엔슈테판 맥주가 있지. 참고로 호가든은 얼마 전부터 OB에서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맛이 옛날 같지 않아. -.-
 
그 다음, 라거.
 
라거 중에서 제일 유명한 건 아메리칸 라거인데 말 그대로 미국식 맥주라고 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을 위해 발효시간도 짧게 줄이는 등 맛과 향을 희생해 만든 맥주지.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깊이가 없다고나 할까.
 
맥주의 본고장 유럽인들은 이런 아메리칸 라거를 맥주도 아니라고 폄하하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이기도 해. 밀러, 버드 와이저, 코로나 같은 것들이 아메리칸 라거의 대표 주자들이고 국산 맥주도 대부분 이쪽 계열이지.
 
흔히 맥주의 맛을 평가할 때 진하고 묵직한 맛을 바디감이 있다고 하는데 라거 계열엔 이런 바디감이 별로 없어. 개인적으론 나도 바디감이 있는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메리칸 라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실 맥주 마니아들이나 외국인들이 한국산 맥주를 싫어하는 이유도 대개는 바디감이나 향기가 없고 깔끔하기만한 아메리칸 라거 계열의 맥주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거의 다 아메리칸 라거 계열들이고 그마저도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물타기를 해서 팔고 있으니 제대로 만든 맥주를 먹어본 사람들 입맛엔 불만스러울 수밖에.
 
페일(Pale) 라거는 아메리칸 라거보다는 좀 더 쌉쌀한 맛이 살아있고 연한 황금색인데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유러피안 페일 라거라고 해. 이쪽으로는 하이네켄이 제일 유명하지.
 
필스너(Pilsener, Pils)는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라거 맥주야. 아주 밝고 투명하지.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체코도 독일 못지않을 정도로 유명한데 이 필스너 양조법이 여러 나라로 확산되면서 아메리칸 라거와 페일 라거에 영향을 미친 거야. 유명한 맥주로는 필스너 우르켈, 벡스 등을 꼽을 수 있을 듯.
 
둥켈(Dunkel, Dunkles)은 라거 계열의 흑맥주야. 맥아를 볶아서 사용한다는 건 스타우트와 같지만 라거 특유의 하면발효 때문에 맛과 향에 차이가 있어. 벡스에서 나온 다크 제품이 유명하지. (맥주 이름에 다크나 브라운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대부분 맥아를 볶은 흑맥주 계열이라고 보면 돼)
 
복(Bock)은 재료를 더 많이 넣고 오랫동안 발효시켜서 알콜 도수가 높고 맛이 강한 맥주야. 독일에서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한 용도로 만든 독한 맥주지. 일반적인 맥주의 알콜 도수가 5% 안팎인데 복은 제조사에 따라 알콜 도수가 11%가 넘는 경우도 있어. (보통 복 맥주는 7~8도 정도)
 
드라이(Dry) 맥주는 일본에서 개발한 건데 쌀이나 옥수수 당분을 넣어서 발효 과정에서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든 맥주야. 단맛이 적고 뒤끝이 깨끗하지.
 
얘기가 길어지다보니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편엔 왜 국내에서 맥주가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유통되는지, 그 와중에 찾을 수 있는 맛있고 값싼 맥주는 없는지, 어떻게 맥주를 마셔야 맥주의 제맛을 즐길 수 있는지 등등 실전 지식을 알려줄게.
블루칼라 (bluecollart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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